남미 서부 여행기 (1) - Day00, 인천에서 리마까지
(2009년 12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제목을 뭘로 할까, 글을 주제별로 모을까 장소별로 분류할까 등등의 고민을 하다가, 그냥 평범한 제목에 단순하게 시간순으로 배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편이 정리하는데 빠르기도 하고, 나중에 기억을 복기하는데 더 편하기도 할 것 같아서요.
그냥 남미여행기라고 쓰기엔 남미의 투탑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비롯하여 파타고니아도 빠져 있는 관계로, 제목에 남미 서부라고 지칭하였습니다.
11월 19일 목요일 오후, 반차를 낸 상태에서 12시 즈음 회사를 빠져나온 뒤, 10분 거리인 집에 가서 짐을 챙기고 지하철 -> 공항철도를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
리무진버스는 9000원에 1시간 소요. 지하철+공항철도는 1100+3400원에 1시간 반 정도+약간의 도보이동.
시간이 남을땐 후자입니다.
LAN항공은 인천에 취항하지 않는 관계로 대한항공과 코드쉐어. 덕분에 마일리지가 아주 골치아파졌습니다..
한가한 평일 오후의 공항...이 될 줄 알았으나 항공편이 LA행인 관계로 역시나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습니다. 다행히 일찍 온 편이라 벽 앞 자리를 구하고(이게 실책이었음) 재빨리 출입국사무소를 지나 공항 안으로 입장.
오늘의 목표은 바로 PP카드의 활용이었으니...
10월에 만들어서 총 7번을 써먹었으니 본전인 연회비 2만원은 족히 뽑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인천공항에서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라운지는 두 곳. 양날개쪽에 각각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합실의 벌크의자 대신에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음료수 홀짝이는 게 이곳의 주 목적.
간단한 먹을거리가 제공되는데 이곳은 거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 과한(?) 면이 있음. 이용자들에겐 좋지만...
창밖으로 출입국사무소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는 뷰.
슬슬 시간이 되어 게이트로 이동..
라운지에서 여유있게 찌질 쉬다가 클로징 10분 전에 항공기에 탑승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보딩할 때 왜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좌석은 정해져있구만..)
이리하여 인천->LA->리마->산티아고->리마로 이어지는 지옥의 이코노미 34시간 여정이 시작.
다리좀 뻗어보려고 맨앞자리로 끊었는데 예상외로 대한항공 KE017은 벽과 의자 사이가 매우 좁은지라 오히려 일반좌석보다 못한 실정, 게다가 싱가폴이나 아시아나보다 좌석도 좁아서 꽤나 고생좀 했습니다.
기내식1. 얌전히 비빔밥 먹을걸 하면서 후회중...
기내식2. 아침이라고 죽과 약밥을 줍니다.
10시간 반을 날아 태평양을 횡단하여 LA에 도착. 한국시각으로는 20일 새벽 1시 반이지만, GMT라인을 넘어왔으므로 이곳은 아직 19일 아침 8시반. 하루를 공짜로 번 기분이 괜히 듭니다.
...이곳이 정녕 잭 바우어의 도시, 테러의 도시 LA란 말인가...
후지기로 유명한 LAX공항이라.. 내리자마자 감이 팍 옵니다.
미국은 정책상 트랜스퍼라도 무조건 입국을 해야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음.
어디로 가야 되는지 몰라서 헤매다가, 같은 건물 위층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티케팅하러 LAN항공 데스크로...
표끊는데 직원이 '너 왜 리마에서 안내리고 산티아고 찍고가냐, 내가 표 바꿔줄게'라고 하더니...
'니 표는 싸구려 프로모션이라 바꿔줄수가 없다 그냥 산티아고 찍고 다시 리마로 돌아오렴'
이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ㅠㅠ
창밖으로 보이는 공항 외부
돌아다니다보면 한국어 방송이 막 나오는게 역시 LA라는게 실감.
LA601편은 LA->리마->산티아고 순으로 가게 되고, 저의 최종 목적지는 리마인데, 티켓이 프로모션으로 나온 저렴한 놈인 관계로 바꿔줄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즉, 비행기를 두 번 더 타는 삽질을 하게 되는 것이죠. 중간에 리마에서 그냥 나와버리면, No Show라고 해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발권이 안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그냥 티케팅했습니다 ;ㅁ;
다음 비행기가 3시간 반 후에 있던지라 밖에 나갔다 오기엔 시간이 많이 모자란 관계로.. 역시 라운지에서 놀기로 결정합니다. 국제선터미널B에는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KAL라운지에 PP카드로 입장이 가능.
여기 스낵바는 왜이리 허술해! 라고 속으로 욕했으나 알고보니 이정도면 호화만찬...
주로 샌드위치와 스낵 위주입니다.
내부는 이런 분위기. 사실 카메라 들고 사진찍기엔 좀 엄한 분위기입니다.
배도 안고픈데 본전 뽑아야지 하면서 열심히 위를 괴롭히는 중.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산티아고 행 항공기에 탑승합니다.
정체불명의 파스타. 라운지에서 하도 먹어대서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음...
이거 이후로는 기내식도 귀찮아서 잘 안찍었습니다
다행히 발뻗는 자리로 배석받았음!
이젠 완전한 스페인어 영역.
8시간 반 비행해서 리마에 도착 후 1시간 반동안 기내청소하는거 멍하니 구경하다가 다시 3시간 반을 달려 산티아고에 도착.
여기서도 '너 LA에서 리마가는데 여긴 왜 들렸니'라는 비웃음을...ㅠㅠ
이동네 면세점은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동양쪽이 상대적으로 삐까뻔쩍하죠.
다음 비행기 1시간 후에 있을 예정이라 역시 후다닥 이곳 라운지로 달려갑니다.
산티아고 국제선에는 라운지가 3개 있는데(Admiral, Mistral, Pacific), 모두 PP카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본 아래 사진의 장소는 Pacific이고, Admiral은 귀국편에 한번 들러볼 수 있었습니다.
흡연과 금연구역이 나뉘어져 있는 Pacific Lounge.
LA에는 없던 PC가 있어서, 아이팟터치 사파리로 근근히 하던 웹질을 간만에(?) 큰 화면으로!
먹을게 빵쪼가리밖에..ㅠㅠ
분명 피곤해야 하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은 이 멍하면서 활기찬 상태는 분명 여행 초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범호가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다는 놀라운 뉴스를 접하며 잠시 웹질에 심취했다가 이제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침비행이라고 식사대신 샌드위치조각 하나 달랑..
오른쪽의 수상한 음료는 바로 나중에 소개할 잉카콜라(!)입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리마 공항에 도착!!
잠깐 보고 하회탈인줄 알았음
페루에 왔다는 걸 실감시켜주는 관광광고
왼쪽 보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택시 삐끼들임
밖으로 나가봅시다..
한국시각 11월 19일 오후 3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비행 26시간, 트랜짓 대기 7.5시간 총 33.5시간만에 리마에 도착, 여행의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쓰고나니 첫 편은 라운지 탐방기가 되어버렸네요.
본격적인 여행기는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