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

좌익수뒤로 2015. 4. 19. 21:41

(2005년 12월 1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수없이 많은 게임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은 매우 드물다. 과연 게임 내의 무엇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어떤 것이 게임간의 재미에 대한 차이를 느끼게 하는가? '게임은 왜 재미있는가' 와 같은 본질적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으며 궁극적인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은 어쩌면 -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효과적인 프로젝트 수행, 시나리오 잘 짜기, 화려한 3D 효과 연출 등등의 방법론에 대한 정보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정작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에 대하여 논하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하였던 게임의 재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제각각 다르고 해답이 없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왜 우리는 게임을 만들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고민해 봐야 할 것이며, 이 책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게임으로부터 하나의 패턴을 발견하며, 그 패턴이 얼마나 단조로운가, 혹은 복잡한가에 따라 유저를 붙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일정 이상 지속될 경우 사람들은 게임을 지루해 하게 된다. 이는 결국 게임이 갖게 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지루해지기 전에 게임이 전해야 할 모든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텔링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저자는 이를 '유희소(Ludem)'와 '허구적 요소'의 두 가지 부류로 나누며, 유희소야 말로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궁극적인 요소라 말한다. 흔히 말하는 '게임성'은 게임의 논리 허용 범위에 의한 유희소가 얼마나 잘 구성되고 투입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슈퍼마리오는 수많은 - 그리고 단순한 - 반복작업을 강요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것을 지루해 하지 않으며, 창세기전 시리즈는 화려한 그래픽과 몰입도높은 스토리텔링을 제공하지만 '게임 유희소'의 구현이라는 면에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이 진정한 매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단지 허구적 장식뿐만 아니라 게임의 핵심인 유희소가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게임산업은 주로 장식을 개선하는 데에만 주력해 왔다. 그로 인해 게임은 그래픽, 배경 스토리, 플롯, 음향 효과와 음악, 더 진짜 같은 배경의 측면에서 개선되어 왔으며 더 다양한 내용과 더 많은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에서는 별다른 혁신을 찾아 볼 수 없다. - p180



게임의 유희소가 게임을 구성하는 재미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저자 또한 10장에서 허구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변한다. 두 요소가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서 게임은 유저를 즐겁게 만들 수도, 버림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장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주장인데, 게임이 문학, 음악, 회화, 영화 등과 마찬가지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 교양수업인 '디지털 스토리텔링' 과목을 들으며 필자가 생각했던 내용과 많은 부분이 일치하였기에 반가웠다고나 할까. 언젠가 나타날 게임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기대를 가져 본다.

깔끔한 구성과 페이지마다 들어간 익살맞은 카툰들은 책을 읽는데 즐거움을 더해주며, 번역에 있어서의 단어 선택도 훌륭하다. 다만 - 요즘 나오는 많은 책들이 그렇듯 - 주석이 책 뒤에 몰려서 나오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텍스트 바로 아래에 달아주면 얼마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