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06 Eastern Africa

동아프리카 여행기 (6) - 산에 오른다는 것

좌익수뒤로 2014. 5. 30. 23:37

(2006년 3월 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밤이 되니 역시 산은 산이라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침낭으로 최대한 몸을 구겨넣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잠들었는데, 문제의 다이아목스가 계속 말썽입니다. 이날 밤도 꼭두새벽에 세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효과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_-b



여섯시가 되자마자 알람이 울리고 눈이 번쩍 뜨입니다.
밖에 나가보니 비는 커녕 하늘에 구름이 깨끗하게 걷혀져 있네요.



산 아래 구름이 자욱하게 깔린것이 아주 장관입니다.





U.H.T (Ultra Heat Treated) 우유입니다. 따뜻하게 덥힌 우유답게 맛이 구수하네요.



해는 더욱 높이 솟아오르고..



산장 숙소 입구에 붙어있는 KOICA 딱지



출발할 때 쯤 되니 해가 중천에 올라 있네요.



8시경 만다라를 벗어나 호롬보 산장을 향해 이튿날 등반을 시작합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하산하는 다른 등반객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Hello', 'Hi', 'Good Luck' 등의 인사를 나누게 되죠. 그러나 가장 많이 쓰이는 인사말은 스와힐리어인 'Jambo'와 'Mambo'입니다. 잠보 = hello, 맘보 = how are you? 정도로 해석됩니다.



처음에는 아직 어제의 산길이 이어집니다.



직사광선에 대고 역광으로 한장.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장관입니다



베고니아꽃..이라는군요.



갑자기 숲이 사라지고 나무 식생이 확 바뀝니다.



이런 식물이..



킬리만자로 한가운데에는 두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바로 우리가 오를 Uhuru Peak와,
사진에 보이는 Mawenzi Peak입니다. 해발 5,149m로, 우후루봉보다 더 오르기 험난하다고 하네요.



너른 평원도 보입니다. 어제 걸어온 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넓은 초원에 푸르른 하늘.



오르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꽃인데, 이름은 잘..



구불구불 길이 계속됩니다.



초원(?)..



나무들..



푸른 하늘에 조각구름들,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두 봉우리.



한시간 정도 걷고나니 가이드가 쉬었다 가라고 합니다. 어제보다는 훨씬 상쾌한 산행이 진행중..



저 멀리 우후루봉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위쪽의 하얀 부분이 만년설이지요. 요즘 온난화로 녹고 있다던데..



마웬지 피크와 평원.



앉아서 사진만 찍어댑니다..



우리같은 사람들의 짐을 나르는 포터들입니다. 저런 거대한 짐을 이고 평지를 걷듯 휙휙 지나갑니다



아예 손도 안대고 머리에 이고 가는 포터들도 있습니다.



오르는동안 테미가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Song of Kilimanjaro라면서 우리에게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발음이 요상해서 외우지는 못하고 휘파람으로 음만 따라해 봅니다.



다시 일어나 산행을 재개. 긴팔 면티 하나만 입고 있는데, 바람도 선선하고 해서 땀도 나지 않고 딱 좋습니다



푸른 하늘..



구름밑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하죠.



발밑으로 자욱하게 깔린 구름들.



이하동문



하늘과 구름 색이 참 아름답습니다



길가에 핀 꽃들도 간간히 찍어주고..



구름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뭔가 신기하게 생긴 나무;;



그냥 찍어봅니다



눈앞에 언덕은 계속 나타나는데 거리는 줄지 않는군요



언덕 너머 또 언덕~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포터들.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라면 아무리 돈 많이 줘도 못할 것 같은데..



Holdy Poka라는 꽃이랍니다. red, yellow 두 종류가 있다는군요.



레드홀디포카와 함께 너른 들판을 한장;;



이번 산행의 최고 인기품목인 진미오징어입니다



알 수 없는 식물;;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부는언덕에~



이름모를 잡초여~



손이라도 있으면 님 부를텐데~



발이라도~ 있으면~ 님 찾아갈텐데~



언덕길이 계속되고..



뽈레뽈레 올라가는 우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초고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포터들



도대체 이 높은곳에 이런 다리는 누가 건설했을까요;; 탄자니아 군인들?



서서히 덩치큰 나무들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경사가 가팔라지더니 계속해서 언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나던 땀이 나기 시작하고 목이 말라 오네요. 고산병 예방 겸 쉴새없이 물을 마셔댑니다.

어제처럼 숲길을 지나가는 것보다는 한결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아름다운 킬리만자로의 자연을 만끽하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산을 오르면서 탁해진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덕 너머 언덕을 계속 올라 지쳐갈 무렵,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되는 포인트에 도달합니다.



아침에 출발한 여행자들을 위해 적절한 위치에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장실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공중화장실(^^)이 있으므로 무효;; 큰일이 급하신 분들께는 유용하겠군요



완전히 구름 속으로 들어와버려서 안개가 자욱합니다.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때부터 방풍 점퍼를 꺼내서 입기 시작.



어제 먹던 점심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메뉴들;; 사진에 보이는 푸른색 글루코오스 과자는 물 없으면 못먹습니다.



팰컨 한마리가 유유히 지나가는군요.



Mark와 Risa는 정말 깊이 사랑하는 사이인가보군요.



어이쿠, 장용씨도 왔다갔습니다



점심식사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다시 길을 떠나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



절벽에 낀 자욱한 안개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합성이 아니고 정말 꽃 색깔이 흑백입니다;;



앞으로 자주 등장할 세실리아라는 나무입니다.



얜 이름이 뭐더라.. 뭐 식물에 대해 아는게 있어야



툰드라 라는 식물이라네요.
여기 쓰여진 모든 식물 이름은 전부 캡틴 누루(Nuru)가 레퍼런스입니다.



아까 본 그 세실리아. 생긴건 열대나무인데 꽤 높은 곳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모 형님 왈, "앗! 바이너리 트리잖아!"



언덕을 넘으면 또 언덕..



아이고 많이도 올라왔습니다.



이름모를 식물들.



오직 킬리만자로에서만 볼 수 있다는 "프로티아 킬리만자리카"라는 꽃입니다.



하트 모양 세실리아.



도대체 호롬보 산장은 언제쯤 나오는 건지



아까부터 누가 만들었을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산악다리들.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우리의 귀염둥이(?) 가이드 테미(Temi).
육포를 꺼내서 한조각 주니까 남은걸 다 먹어치우더랍니다



일행의 캡틴을 맡고 있는 가이드 누루(Nuru). 카리스마가 철철 넘칩니다.
29세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짱을 먹고 있음.



언덕길.



잔뜩 핀 노란 꽃다발..



고도가 높다보니 구름 안으로 들어가면 춥고 나오면 덥습니다. 헉헉거리며 언덕을 넘어서니..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호롬보 산장!



없던 힘도 생겨나서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텐트치고 숙박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합니다.



가방 무게를 대폭 줄여서 그런지, 경관이 아름다워서인지는 몰라도 어제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둘째 날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여섯 시간 정도 소요되어 두시 반 즈음 도착했네요.

아직 정상까지는 까마득히 먼 위치이지만,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약간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