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06 Eastern Africa

동아프리카 여행기 (8) - 황야를 넘어

좌익수뒤로 2014. 5. 31. 00:16

(2006년 3월 19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전날 만다라에서의 아침도 그랬지만, 이날의 아침은 비교도 안되게 추웠습니다. 온몸을 침낭에 쑤셔넣고 나니 얼굴이 시려서 잠을 설치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고산이라 손발에 피가 안통하는지 저릿저릿해 옵니다.

이런 악조건과 다이아목스 이펙트-_-로 인해 역시 칼같이 6:30분에 기상.



이미 날은 휘영청 밝아 있고 구름은 발 아래 자욱하게 깔려 있습니다





구름이 아주 장관이죠



뒤쪽을 보면 우후루봉의 만년설이 사람을 압박해 옵니다. 가면 갈수록 점점 커지는 우후루봉..



CCD의 피해를 무릅쓰고 직사광선에 대고 찍어봅니다.



아침식사는 과일로 시작해서



식빵과 오믈렛으로 마무리. 전날 라면을 먹어서 그런가 화장실에 자꾸 들락거리게 되네요 -_-




8시 20분경 출발할 채비를 마치고 호롬보 산장 중앙으로 모입니다. 가파른 언덕이 오늘의 산행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람은 체감초속 20m/s로 불어대기 시작하고.. 




Temi를 앞세우고 언덕길을 향해 출발~



이정표가 이곳저곳으로 가는 방향이 많습니다. 어차피 나머지 곳에 갈 일은 없겠지만..



내일(?) 봅시다 호롬보여!



가까이 가까이 더가까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는 Uhuru Peak. 저길 올라가야 한단 말이지..



점점 풀은 사라지고 맨바위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우후루봉을 배경으로 한컷. 카메라에 몇장 없는 제 사진입니다 (__)



언제나 구름은 자욱하게;;



큰 나무는 세실리아 정도만 잔뜩 보입니다.



아주 자그마한 개울을 건너고..



구름에 모습을 감추어버린 마웬지 피크. 킬리만자로 최고봉 옆에 있는 세컨입니다.



저멀리 가야할 길이 보이네요.



구름..



contrast를 조정하면 이런 왜곡된 사진이 탄생합니다..보기엔 이게 더 이쁠지도



자주 보게 되지만 언제나 신비로운 핸드프리 포터들.



여기서부터 산에서 나는 물은 구경할 수가 없다는군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넘어야 할 언덕은 아직 많고..



맑고 푸르른 하늘.



참새같이 생긴 새 한마리가 와서 찝쩍대고 있습니다.



너도 먹을걸 원하는거냐..



어느새 꽤 많은 거리를 걸어왔네요.



좀 더 가까워진 마웬지봉입니다.



이제 풀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돌만 잔뜩 쌓여 있네요.



간신히 언덕을 다 오르니.. 저 멀리까지 길이 주욱 뻗어 있습니다. ...가야할 길이 멀군요 -_-



그야말로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황무지입니다.



"한잔 하지 않겠는가" 완전무장한 Nuru의 모습.



멀리 우뚝 솟아있는 우후루봉을 보면 오만 잡다한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탄자니아 정부는 당장 투자를 유치하여 우후루봉 직행 케이블카를 설치하라! 등등 -_-힘들게 언덕을 올라왔건만 갑자기 다시 내리막이 펼쳐지니 기운이 좌악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바람이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기 시작해서, 아껴두었던(?) 복면을 착용하고 진군하기 시작.



언덕을...내려갑시다 orz 갈길은 아직도 멀군요..



그럴수록 우후루봉은 성큼 앞에 다가오고;;



노래라도 흥얼거리며 걸으니 조금은 지루함이 나아집니다



황무지에 누군가 만들어둔 돌 글자네요. 처음엔 신기하게 여기고 찍었는데 가다보니 수없이 나타남;;



황야 + 구름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길의끝에서~ 내꿈은~ 이~뤄질까~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대는 와중에도 햇볕은 쨍쨍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새에 타는 수가 있으니 온몸을 둘러싸는 건 기본!



앞에 언덕이 있으면 다음 길에 대한 희망이라도 생기는데, 이건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군요.



대신 우후루봉의 산 윤곽은 더욱 뚜렷하게 보여가기 시작합니다.



12시 반이 되어 어느 바위더미에 도착. 런치타임입니다. 워낙 바람이 불어대서 바위 아래에 잘 쪼그리고 앉아야.



메뉴는... 퍽퍽한 샌드위치 두조각과,



삶은계란, 바나나튀김, 극도로 질긴 닭날개 튀김입니다. 바나나는 단맛 바나나와 요리용이 따로 있다고 하네요;;



식사처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닭둘기 사촌들. 이놈들은 삶은 계란을 줘도 먹을 것 같습니다 -_-;;



복면으로 완전무장한 이분들..



길...길...길...



Way..Way..Way..



만년설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요새 온난화로 녹고 있어서 후손들은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이 키보 산장입니다.
앞에 장애물이 없어서 금방 갈것처럼 보이는데, 아직 한참 멀었지요.



하늘, 구름, 황무지.



그리고 계속되는 길..



"이길로 가면 키보가 나와요" 누가 모릅니까 ㅠㅠ



계..속 걷습니다.



슬슬 덩어리진 큰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



이런 화장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긴 장애물도 없어서 그냥 용변을 해결하기엔 좀 민망하죠



단체로 일을 보시는 외국인들. 별로 보기좋은 장면은 아닙니다만 ㅎ



우후루봉의 디테일샷입니다. 설마 저게 길이겠어.. 아닐거야..
라고 애써 부인하고 있었으나 이날 저녁 저 길을 따라 올라가게 됩니다



1.46km 남았다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많이도 걸어왔네요



이름모를 어느 분꼐서 쌓아올린 커다란 돌탑.



가끔 구름이 일행을 덮칩니다. 순식간에 우리를 포위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는..



갑자기 길이 가팔라져 오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고산이라는 느낌이 오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도보.


험난한 바위 벽면들.


저멀리 보이는 만년설.



슬슬 목적지가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키보에..



도착했습니다! 현재시각 14:30.




호롬보의 적절하게 잘 꾸며진 산장을 보다가 이곳에 오니 건물이 추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식하게 생긴 콘크리트 건물 달랑 세 채로 이루어져 있네요. 밤에 자고 가는 이들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확실히 많이 협소한 산장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배터리가 오버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완충하고 난 이후, 3일동안 줄창 사진을 찍어댔음에도 지금까지 버틴 걸 보면 정말 대단하지요.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에서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는 말도 있던데, 그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정상에서 잘만 찍어대긴 했습니다만... AA배터리는 온도에 관계 없는건지)

총 8명의 일행 중 한 분이 구토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슬 고산병이 일행을 압박해 오는 것인지..



언제나 그렇듯 일찌감치 먼저 올라와 있는 포터와 우리 짐. 억만금을 줘도 제가 포터는 못합니다



해발 4,700미터의 압박. Gilman`s Point까지 5시간.. 그저 웃음만 나오지요



오늘 밤에 올라야 할 길입니다. 저 범상치 않은 포스..



옹기종기 모여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는 포터들.



저 푸르른 하늘을 보면 당시의 추운 날씨가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만..
키보 산장의 추위는 사실 강풍의 탓도 상당하지요.



등록 사무실에서 보자마자 한국인이냐고 쾌활하게 묻던 모 가이드.
이분 찍자마자 배터리가 오링되어 3일만에 바꾸어 줍니다.



5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곧바로 취침에 들어간 후, 11시에 정상을 향하여 출발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손발이 얼어붙을 것처럼 시려워 죽겠는데, 한밤중엔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은 상태. 일단 가져온 모든 옷을 풀 장착합니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한바탕 압박을 해 오던 위장이 또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네요.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게 되는데, 걸쇠가 다 어디로 갔는지 없어서 3번이나 봉변을 당했습니다. 문이 벌컥 열릴 때마다 "Oh No!!"를 외쳐주는 센스! -_- 화장실 대기인구가 꽤 많습니다. 높은곳에 올라오니 다들 장이 안좋아지는건지..




화장실 창살 밖으로 보이는 풍경. 왜 찍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방 구분없이 숙소는 달랑 하나 큰 방에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정말 과장 하나 안보태고 "억수로" 춥습니다.



저녁식사로 나온 "뿌라쉬"라는 음식. 감자와 소면같은 국수가 섞여서 쫄여져 나오는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 별로 당기진 않았습니다.



뜬금없이 우박이 쏟아지는군요



마지막이 될 다이아목스 한 알을 복용하고 조용히 침낭에 몸을 파묻습니다. 과연 정상까지 무사히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