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여행기 (3) - Nairobi to Arusha
(2006년 2월 2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6시간의 시차에다가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라 그런지, 자는동안 세네번 정도 깨버렸습니다. 새벽 2시에 웬놈이 호텔앞에서 큰소리로 랩을 하질 않나, 4시부터 닭들이 울어대지를 않나, 5시가 되니 옆 모스크에서 아침 기도방송이 나오더군요 -_- 형님 한분은 옆건물에서 부부싸움하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6시경 시차의 힘으로 가볍게 일어나 호텔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이때 묵고 있었던 Comfort Inn은, 론니 플래닛에서 숙소 외에 아침식사 추천 항목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great place for breakfast'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때부터 론니의 신뢰도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동네에서 훌륭한거라면 인정
기본 시리얼들입니다. 옆쪽에는 빵류와 각종 과일들, 그리고 계란오믈렛, 콩, 익힌 간-_-등의 요리가 있지요.
그럭저럭 긁어온 저의 아침 식사 셋팅
베이컨은 요리사한테 익혀달라고 따로 말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알아서 구워 내올줄 알고 방심하고 있다가 막판에서야 주문 -_-
여행사 셔틀이 우리만 태우는 게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 아루샤로 가는 현지인들 등등을 모두 픽업해서 가더군요. 운송업도 겸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7시 10분 쯤에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를 탄자니아 도시 아루샤까지 데려다 줄 버스와 기사분
차 내부 인테리어. 얼룩말 무늬 시트가 인상적입니다.
안에 앉아있으니 오만 잡상인들이 달라붙어 귀찮게 합니다.
하루 묵었던 Kenya Comfort Hotel(Inn?). 출국 전날에 한번 더 와서 자게 됩니다
departure와 immigration card를 미리 써두라고 나눠주는군요.
나이로비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신호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도시 규모가 작은것도 아니고 차 대수도 많아보이는데 교통통제는 거의 없고 전부 무단횡단을 하더군요. 게다가 좌측통행 시스템이라 저같이 어리버리한 외국인 여행객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Uhuru Highway를 통해 시내를 질주해서 빠져나가던 도중.. 뭔가 이상한 차를 발견합니다.
이국땅에서도 웨인 루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군요 -_-.. 차 주인이 맨유의 광팬인 것 같습니다.
좀 사는 사람의 집 같아 보입니다..
케냐 축구협회 쯤 되려나요?
지나가다 축구장도 보이는군요.
슬슬 시내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논밭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황량 썰렁 그 자체 필드.
그와중에 하늘엔 정말 구름한점 보이지 않습니다.
나이로비에서 아루샤까지는 대략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가끔 숲이 우거진 지역도 있긴 합니다
차선도 없는 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질주중입니다.
좀 달리다보니 작은 마을을 하나 둘 씩 지나치게 됩니다.
요렇게 소떼가 길을 건널 때까지 꼼짝없이 서있어야 하죠.
전통 복장 비스무리한 것들을 입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마사이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소떼를 몰며 지나가는 장면이 길가는 종종 눈에 보입니다. 론니 플래닛을 읽어보면 종족만도 15개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뭐 인류학자나 문화연구가도 아니고 딱히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현지 원주민 분들은 마사이족으로 통칭..하겠습니다.
오늘의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던 길가의 표지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한글로 된 "세례감리교회"라는 글자를 보실 수 있습니다 -_-;;; (좋든 나쁘던) 한국교회의 확장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이로비 시내도 아니고 남쪽으로 100km는 떨어진 길가에 한국교회가 -_-b (선팅된 차안에서 순간 샷으로 찍은거라 화질은 양해를 ^^)
3시간 여를 스트레이트로 달리다가 어느 휴게소처럼 생긴 곳에서 잠시 정차합니다. 화장실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정지사진이나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는데, 구름이 전혀 없다보니 태양빛과 열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여기가 아프리카라는 걸 정말 실감하게 해주는 날씨입니다.
잠시 휴게소에 정차한 셔틀. 천장에 우리 짐이 메여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휴게소가 아니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갤러리이지요.
재미나게 생긴 그림들이 인상적입니다.
여자화장실임을 알리는 간결한 그림
화장실 앞에 나 있는 이름모를 식물.
그 옆에 피어있는 꽃입니다.
그 옆의 이름모를 나무
강렬한 아프리카의 태양빛 아래에서 색이 자비심없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려져 있는 다른 벽 카툰.
길가에 지나가는 똥개 -_- 이때는 메모리 아까운줄 모르고 난사하고 있었지요..
동네 꼬마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사진 찍어준다니 좋아라 하고 달려드는군요.
맨 오른쪽의 좀 머리 굵어보이는 녀석이 사진을 댓가로 달러를 요구합니다.
...만 차에서 카메라 말고 아무것도 안가지고 나온 관계로;; 뭐 먹을거라도 가지고 나올걸
10분 후 다시 차에 올라타고 탄자니아를 향해 열심히 달려갑니다. 15분 정도 가니 국경도시 나망가가 등장하고, 이제 수속을 밟을 때가 다가옵니다. 탄자니아 Visa Fee도 역시 50$로 케냐와 동일합니다.
다시 올라타 한참을 달려가니..
슬슬 케냐 국경도시 나망가(Namanga)가 다가옵니다.
국경에 우뚝 솟아 있는 케냐 국기. 정말 구름한점 없습니다.
국경앞이 좀 많이 어수선하군요.
케냐 이미그레이션은 카드내고 도장만 받으면 되므로 금방 끝났습니다.
케냐 쪽 수속을 마친 후 탄자니아 쪽 국경으로 넘어갑니다.
탄자니아 국기가 휘날립니다..
세관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량 천장으로 올라타 짐검사를 하네요.
국경 풍경도 한장 찍어 봅니다.
탄자니아 비자 수속은 여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묶어서 해 주었습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두 프랑스인의 수속이 늦어져서 한 30분정도 지체한 것 같네요.
차 안은 푹푹 찌고 있어서 바깥 그늘에 나와 놀았습니다
11시 30분 경에 겨우 수속을 모두 마치고 국경을 통과합니다.
어째 도로 상태가 케냐보다 안좋아보이는 듯
길가에 버려진 듯한 폐가도 보이고..
가로수처럼 길가에 일렬로 알로에가 심어져있네요.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
마을 장이 열리는지 사람과 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구경 좀 하고 싶은데 무심한 드라이버는 쾌속으로 지나가버리는군요.
탄자니아 필드로 접어들어도 여전히 황량~ 합니다.
평범한 길가의 풍경
심심하니 그냥 막 찍어대는겁니다..
메모리 아까운줄 모르고..-_-;; 나중에 부족해서 사파리 사진들 지워댄 걸 생각하면 ㅠ.ㅠ
아루샤까지 가는 동안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가는 내내 코카콜라 광고판만 가득 보이고 펩시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무슨 코크 왕국이 지배하는 나라 같았습니다. 가게 간판마다 코카콜라가 붙어있지 않은 곳이 없어요.
전세계에 없는 곳이 없다는 맥도널드는 여행 내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지만, 코카콜라는 케냐와 탄자니아를 완전히 장악하여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간판을 무료로 달아주는 대신 코카콜라 로고를 집어놓도록 지원 마케팅을 펼친 게 아닐까 홀로 추측해 봅니다.
코 카콜라 코카 콜라 코카콜 라 코카콜라~
내가 왼손을 들면 코카콜라 네가 오른손을 들고 코카콜라
너도나도 코카콜라
우리모두 코카콜라
아싸 코카콜라
...코카콜라
정말 찾기 힘들었던 펩시
5시간 정도 달려서 슬슬 아루샤가 다가오기 시작하고, 이곳 저곳에 가게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비투어에서 거점으로 쓰는 듯한 호텔의 주차장
드디어 아루샤에서 묵을 Sinka Court Hotel에 도착합니다.
인천에서 이륙한 후 아직까지 내내 이동만 하다가 드디어 여행의 기점(?)인 아루샤(Arusha)에 도착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아루샤 시내 구경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