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학기가 시작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exponential로 증가하는 로드를 줄여보기 위해 컴파일러를 짤랐음에도 불구하고 핑핑 돌아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복학 부적응증인가...
간만에 여행기를 올려봅니다. 중간고사 전까지 과연 다 올릴 수 있을지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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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 왔다, 호롬보...
안개에 싸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로 다가온 호롬보 산장
킬리만자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설명답게 건물이 서른개 정도 지어져 있습니다.
White Neck Crow, 즉 흰목까마귀 정도 쯤 되겠군요. 입구에 잔뜩 진을 치고 있습니다.
먹을게 나타나면 득달같이 날아올라.. 아니 뛰어가 집어먹습니다 -_- 거의 닭둘기급이지요.
어서옵쇼 호롬보임다~ 해발 3720m에 위치한 산장입니다.
사진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푸드득 날아가는게 아니라 그냥 뛰어서 도망갑니다 -_- 말 다했죠
만다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방명록에 싸인을 해야 합니다.
지나가던 가이드가 korea 티를 입고 지나가는군요. 어느 한국 여행객이 떠나면서 주고 간 모양입니다
묵게 될 숙소 방. 앞뒤로 문이 있고, 각 문 안쪽의 방은 벽으로 막혀있습니다.
방 하나당 네명이 자게 되는데, 일행 8명 중 남자가 다섯, 여자가 셋이라
제일 어린 대학 2년차 학생을 여자분들 방으로 보내버리는 만행을
숙소 앞은 뻥 뚫려 있습니다. 가끔씩 자욱한 안개가 지나가서 10m 앞으로는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세실리아 나무는 완전히 군락을 이루고 있네요
2시 좀 넘어서 도착한 터라 시간이 꽤 남은 상태였습니다.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살짝 열이 오르고 기운이 없는것이 불안하네요.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감기몸살 기운이 느껴집니다. 고산병 걸리기 전에 몸살로 gg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상상을 -_-
방은 중앙에 2층침대 하나, 양쪽에 매트릭스 하나씩 4인실입니다. 사진은 강한남자 dew형님
숙소가 산장 끝부분에 위치해서 문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이아목스의 성은-_-을 입어도 머나먼 화장실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게 좋군요...
위쪽이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신문지로 막아놨습니다 -_- 뭔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가이드가 티타임을 가지자고 하여 중앙 식당으로 모여서..
땅콩과 Africafe로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줍니다. 맥주집에서 하던마냥 땅콩에 고추장을 찍어 먹으니 맛있군요
시간이 좀 있던 관계로 이틀만에 머리나 감아주기로 합니다. 샤워는 날이 추워서 좀 무리일 것 같던데.. 이날씨에 냉수마찰하시는 강심장들도 계시더군요. 화장실에서 나체로 등장한 외국인에 잠깐 당황을;;
저녁식사 시간은 멀었는데 벌써 배가 고파옵니다. 이럴 줄 알고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가 있었지요. 뜨거운 물은 아까 티타임 때 상당량 확보를 해 놨고..
한국인에게 특효약 바로 사발면!
표준 대기시간 4분이 지나고 드디어 뚜껑을 열어제낍니다.
아름다운 냄새를 풍기며 뭇 사나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름하여 농심 사리곰탕면.
사리곰탕면이 담백한 맛으로 어필한다면 라면의 제왕 신라면은 역시 얼큰하고 시원한 맛으로 승부합니다.
정말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ㅠㅠ
이날 먹은 라면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해발 약 4천미터에서 한국형 에너지를 보급해 준 귀중한 아이템들.. 먹자마자 감기몸살이 정말 씻은듯이 나아버립니다 -_-b
잠시 비가 왔다가 그쳤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희미하게 나타납니다
닭둘기급 까마귀들은 안쏘다니는 곳이 없습니다. ...여기 닭꼬치 가게 하나 열어도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밖이 어둑어둑해 집니다. 싸늘한 환경에 맞추어 옷도 슬슬 리얼 등산복으로 갈아입어주고, 충분히 방에서 쉬고 나니 그럭저럭 견딜만 하더군요.
오늘도 어김없이 수프와 식빵이 전채로 등장합니다. 좀 많이 짠데다가 후추도 잔뜩 들어가있어서
별로 당기질 않는군요. 아프리카 도착 첫 날 받은 그 느낌 그대로 "우갈리 수프"라 명명했습니다 -_-
배낭여행에 고추장과 통조림은 필수요소이죠. 같이 오신 분께서 제공하신 아이템 덕에 잠시 고국의 음식 생각을..
오늘의 메인 메뉴는 하이라이스 덮밥! 이때까지만 해도 하이라이스를 참 맛있게 먹었지요
토마토를 곁들인 닭안심튀김도 등장합니다.
완성형 세팅 맞춤으로 사진 한장. 근데 밥은 찰기가 전혀 없이 흐물흐물해서 정말 맛이 없었더랬죠;;
동남아도 가본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본 밥중에 제일 찰기가 없었습니다. 고산효과인가..
후식으로 파인애플까지~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이, 산 바로 아래 도시인 모시(Moshi)라는군요.
현실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가 갑자기 문명의 흔적(?)과 조우하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방으로 돌아와 잠 잘 채비를 합니다.. 만 아직 저녁 8시도 안되어 자기엔 이른 시각.
워낙 좁다보니 짐은 바닥에 전부 깔아놓습니다.
잠도 안오고 해서 사진이나 찍으러 밖으로 나가 봅니다.
휘영청 떠오른 킬리만자로 산자락 위의 보름달..인데 찍다가 찌그러졌네요
시리우스와 오리온 자리
10시가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아서 책을 꺼내듭니다. Song of ice and fire 시리즈의 1부 "The Game Of Throne".
산장 전기가 전부 태양열로 돌아가다보니 9시만 되어도 불이 다 나가버리네요.
아직 초반이라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읽고있으면 20분 안에 잠들 수 있습니다
하루 이야기를 두번으로 나눠서 올리다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사진이 적습니다.언제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다음편에서는 정상 등반의 전초지인 키보 산장까지의 산행이 이어집니다. 해발 4천미터 대의 황량하고도 웅장한 자연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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